
베란다 텃밭은 봄에만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구월 중순부터 시월 초는 벌레가 줄고 햇빛이 부드러워 잎채소 기르기에 가장 편한 계절이다. 이맘때 심어 겨울 초입까지 꾸준히 따 먹을 수 있는 세 가지를 골라 봤다.
상추, 그중에서도 잎상추
결구하지 않는 잎상추는 가을 베란다의 기본이다. 씨앗을 뿌린 뒤 이십 일이면 솎아 먹기 시작하고, 바깥 잎을 한 장씩 따면 한 그루에서 두 달 가까이 수확이 이어진다. 낮 기온이 십 도 아래로 내려가면 성장이 느려지지만 잎은 더 단단하고 달아진다. 밤에 베란다 창을 닫아 주는 것만으로 십일월 말까지 간다.
청경채
청경채는 자라는 속도가 빠르고 추위에도 강하다. 모종을 심으면 삼 주 만에 한 포기를 통째로 수확할 수 있어 성취감이 크다. 포기 간격을 손바닥 하나 정도 띄우고, 물은 흙이 마르면 아침에 준다. 저녁에 물을 주면 밤새 잎이 젖어 무름병이 오기 쉽다.
시금치
가을 시금치는 봄보다 잎이 두껍고 단맛이 강하다. 씨앗을 하루 물에 불렸다가 뿌리면 발아가 고르다. 다른 잎채소보다 조금 깊은 화분이 좋고, 너무 촘촘하면 웃자라므로 본잎이 두 장 나올 때 과감히 솎는다. 솎은 어린잎도 나물로 먹을 수 있다.
세 가지를 함께 기를 때
물 주기 주기가 비슷해서 한 베란다에서 관리하기 편하다. 다만 시금치는 다른 둘보다 늦게 자라니 한 주 먼저 심는다. 늦가을에 잎이 누렇게 되면 비료가 아니라 빛 부족인 경우가 많으니 화분을 창 쪽으로 조금씩 옮겨 준다.
씨앗과 모종 중 무엇으로 시작할까
가을은 해가 짧아지는 계절이라 씨앗부터 키우면 수확 전에 추위가 온다. 구월 중순이 지났다면 모종으로 시작하는 편이 안전하다. 모종은 잎이 네 장 이상 나고 줄기가 굵은 것을 고르고, 사 온 날 바로 심는다. 씨앗으로 하고 싶다면 상추만 씨앗으로 하고 나머지는 모종으로 섞는 것도 방법이다.
심을 때는 모종 포트의 흙 높이와 화분 흙 높이를 맞춘다. 너무 깊이 심으면 줄기가 썩고 얕으면 뿌리가 마른다. 심은 직후 물을 흠뻑 주고 이틀은 직사광선을 피해 준다.
수확은 아침에 한다. 밤사이 물을 머금은 잎이 가장 아삭하고, 낮에 딴 잎은 금방 시든다. 딴 잎은 바로 씻지 말고 마른 채로 키친타월에 싸서 냉장하면 사나흘 간다. 씻은 뒤 보관하면 하루 만에 무른다.
가을 잎채소의 가장 큰 적은 벌레가 아니라 웃자람이다. 빛이 부족하면 줄기가 길게 늘어나고 잎이 얇아진다. 웃자란 상추는 쓴맛이 강하고 청경채는 포기가 벌어진다. 화분을 창에 최대한 붙이고, 하루 한 번 화분을 돌려 사방이 고르게 빛을 받게 하면 웃자람이 준다. 그래도 부족하면 저렴한 식물 조명을 저녁에 두어 시간 켜 두는 것으로 보완할 수 있다.
지난 글에서 다룬 빛 시간 재기를 먼저 해 두면 세 가지 모두 어디에 둘지가 바로 정해진다.